장면 속에 한 커플이 등장합니다. 여자는 교회에서, 남자는 절에서 슬픔에 잠겨 각자 기도하죠. 그러면서 외칩니다. 오전엔 교회, 오후엔 절에 가면 안 되냐고 말입니다. 앞서 소개한 구절은 🎤형돈이와 대준이의 ‘부처님 오신 날에 만난 기독교 그녀’라는 노래에요. 영문명은 ‘Help Me Buddah and Jesus’. 지난 2021년 부처님 오신 날에 발매한 노래는 종교가 달라 헤어지는 연인의 안타까운 상황을 노래합니다.

이색적인 가사와 애절한 멜로디, 거기에다 정갈한 단발머리를 한 정형돈과 웨이브 장발을 한 데프콘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는데요. 이 노래가 큰 인기를 얻은 건 단순한 웃김 때문만은 아닙니다. 종교 갈등으로 헤어지는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 공감을 사기도,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진짜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는 커플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부산에 사는 A(34)씨는 2년간 만난 남자친구와 종교로 갈등을 겪었습니다. A씨는 종교는 없지만 집안이 불교 신자,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입니다. 연애 때는 큰 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는데요. 다정한 성격, 바른 생활, 배려심 등에 마음이 끌려 결혼까지 결심했다고. 그런데 상견례 후부터 자신이 알던 남자친구의 모습은 없어졌다고 전합니다.

상견례 후 예비 시댁에서 주말마다 함께 교회에 가자는 말을 은근히 했다는데요. 이에 불편함을 느껴 남자친구에게 얘기하자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뭐가 어렵냐며 원활한 결혼생활을 위해 개종을 권했다고 해요. A씨는 대화로 합의점 찾아보고자 했지만, 남자친구는 개종에 대해 완강한 태도였다고. 이 문제로 갈등이 커지고 다툼이 잦아지자 결국 파혼했습니다.

📌‘믿음’을 ‘이해’로, 이제는 대화해야 할 때!
연인뿐만 아니라 지인, 가족 사이에서도 종교는 달갑지 않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절 때 절대 하면 안 되는 대화 주제로 꼽히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언제까지 피해야 하지?’라는 생각 말이에요🤔. 특히 미래를 약속한 연인이나 매일 함께 생활하는 부부의 경우는 더욱 그렇죠. 

종교, 인종 간의 관계 형성을 소개한 도서 『Mixed Matches』의 저자 Joel Crohn은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차이가 있는 대화 주제는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합니다. 이런 태도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보다 갈등을 더 키울 수 있죠. 조엘 크론 박사는 종교적 신앙이 다르다면 더욱 상대에게 이를 진솔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전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 신앙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그 전통과 가치관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을 얘기하고 서로 대화해야 더욱 단단하고 가까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서로의 종교를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상대를 종교에 초대하고 나도 상대의 종교를 경험해 본 후 얘기를 나눠본다면 서로 이해하고 간극을 줄일 수 있어요.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이에요. 법정 공휴일은 나라의 중요한 사건이나 민족의 발전, 의식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을 기념하는 국가 차원의 기념일을 의미하는데요. 종교와 관련된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는 건 종교가 우리 삶의 일부라는 뜻이 아닐까요? 

내일은 절에 가서 행사도 보고 연등도 보면서 불교 교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또 절 밥도 먹을 거예요😆 독자분들도 여러분만의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TMI로 에디터는 기독교 신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