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챙김 라이프 스타일] 침략자의 철학, "언제 어디서나"

프랑스 파리를 거닐다 보면 건물 벽에 타일로 새겨진 나폴레옹, 마리오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모자이크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은 한때 오락실 인기 게임이었던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떠올리게 합니다. 거리 곳곳에는 스페이스 인베이터 캐릭터와 비슷한 것도 있어요. 귀여우면서 독특해서 카메라를 꺼내는 행인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타일 모자이크는 파리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브라질, 스페인, 영국, 터키, 모나코, 인도, 네팔 등등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대요! 심지어 이 타일 모자이크 작품은 지구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우주 정거장에서도 발견이 됐다고! 도대체 이 타일 모자이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 매력적인 타일 작품 대부분은 ‘불법’ 설치물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침입한다👾!

벽에 설치된 타일 아트는 스스로를 ‘인베이더(Invader)’라고 칭하는 작가입니다. 그는 프랑스에 거주한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은 없어요. 그는 비디오 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영감받아 로마 파리, 뉴욕, 멘체스터, 홍콩 등 전 세계 도시에 작품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작품 설치를 침입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침입하는 도시, 시간과 장소, 벽의 높이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최대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몇 가지의 기술이 있다고 해요.

스페이스 인베이터 프로젝트의 설치 작업은 99%가 불법입니다. 베일에 가려진 작가가 몰래 건물 벽에 설치하니 어쩌면 당연하죠? 건물주의 허락 없이 작품 설치가 괜찮을까 싶은데요. 간혹 제거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그대로 둔다고 해요. 난감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 갤러리 관장은 인베이더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감옥에서 2주를 보내기도 했어요. 다시 방문하면 기소 될 수 있어 더 이상 여행할 수 없는 국가도 있다네요😨.

웃지 못 할 사건도 있습니다. 작품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작품을 제거하려다 손상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들은 손상된 작품을 수리하기 위해 비슷한 타일을 구입하고 심지어는 빈티지 하게 보이기 위해 녹청을 칠하기도 해요. 인베이더는 이런 현상을 우려의 시선으로 봅니다. 거리에서 누군가 타일 모자이크를 판매한다면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면서 어려운 작업이 아니니 비슷한 타일을 사서 만들어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파리 올림픽의 새로운 종목 등장? 침략과 침략의 만남

앞서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게임으로 접근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실제로 대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FLASH INVADER라는 게임 어플이 있어요. 거리에서 타일 모자이크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36만 명 이상이 플레이어로 참여하고 있어요.

AP는 FLASH INVADER가 7월 개최되는 파리 올림픽의 새로운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보도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일까요? 올림픽을 즐기기 위해 파리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들 중에는 인베이더의 팬들도 많을 것이라 추측해요. 그렇게 되면 프랑스 곳곳에 타일 모자이크를 찾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AP는 “하나의 침략과 또 하나의 침략이 맞부딪치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어요.

파리에서 50개가 넘은 타일 모자이크를 추적한 니아샤 샤체인(Niasha Chassain)은 거리를 다니며 위를 올려다보고, 조금 둘러보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하는데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곳도 잘 둘러보면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에디터가 있는 마인드랩 사무실은 광화문에 있어요. 청계천이 보이는 나름 뷰가 좋은 곳이랍니다. 가끔 창밖을 보고 있으면👀 휴대전화를 보며 걷는 사람, 통화하며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는 사람, 앞만 보고 가는 사람 등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이런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죠. 바쁘게만 살았기 때문일까요? 어떤 때는 매일 걷는 거리임에도 주변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어요. 오늘부터는 일부러 시간을 내 여유있게 내가 다니는 거리를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침략자의 흔적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우리 동네도 침략해 줬으면...🙏)

PS 아, 우리다라는 대전을 침략당했습니다😆 하지만 대전 어디에 몇 점의 작품을 설치했는지는 알 수 없어요!

뱅크시는 왜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가 됐을까?

인베이더의 이야기를 듣고 뱅크시(Banksy)를 떠올리신 분도 계시죠?(인베이더는 프랑스의 뱅크시라고 불리기도 해요!)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테니 뱅크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볼게요. 뱅크시는 90년대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체불명의 영국 작가입니다. 주로 그래피티, 도둑 전시 등의 작업을 하는데요. 작품 대부분이 불법입니다. 심지어 뉴욕시에서는 지명수배자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타임즈가 선적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뱅크시는 왜 화제의 중심에 있는 걸까요? 이유는 그의 작품관에 있습니다. 뱅크시의 작품은 반전주의, 탈권위주의, 반자본주의, 진보주의 등 다양한 정치적,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데요. 전쟁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장벽에 방탄조끼를 입은 비둘기가 총구에 겨눠진 모습을 그려놓기도 했어요. ‘분노, 꽃을 던지는 사람’도 반폭력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중 하나죠. 뱅크시는 팔레스타인 장벽에 가장 많은 그림을 남긴 작가이기도 합니다.

작품을 통해 권위와 사회 시스템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을 침팬지의 모습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높은 지위는 재능이나 노력에 의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Kissing Coppers’도 유명한 작품입니다. 영국 LGBTQ 문화의 수도라 불리는 브라이튼 지역에 경찰관이 키스하는 모습을 그려냈는데,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경찰을 개방적이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곳에 그린 것이죠.

뱅크시의 작품은 거리뿐만 아니라 미술관으로도 뻗어나갑니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등 유명 박물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고 나오는 ‘도둑 전시🖼️’로도 유명합니다. 한번은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를 사냥하고 쇼핑하는 원시인이 그려진 돌을 몰래 진열하고 도망 나왔는데, 재미있는 것은 며칠 동안 사람들이 그게 가짜인 줄 몰랐다고 해요.

8일 동안 전시되다 관리자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작품 분석을 거친 후 현재는 대영박물관에서 영구 소장 중이라고 합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작품을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 몰래 걸었는데요. 적게는 몇 시간, 많게는 몇 주 정도 전시됐어요. 뱅크시는 왜 이런 도둑 전시를 하는 걸까요? 이유는 미술관의 권위를 비판하기 위함입니다. 그럼에도 미술관은 작가의 도둑 전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요.

그는 스스로 본인 작품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소더비 경매에서 ‘풍선을 든 소녀’가 104만2000파운드(약 16억 6600만 원)에 낙찰되는 순간 뱅크시는 작품 액자에 장치해 둔 파쇄기를 원격으로 작동시켜 그림을 파쇄했죠😱! 미술 역사상 이런 퍼포먼스를 벌인 사람은 뱅크시가 처음이었기에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어요. 돈으로 예술을 구매하는 미술시장이 덧없음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사람들은 ‘뱅크시 당했다(Bansky-ed)’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 그림은 이후 18배 높은 301억 원에 다시 낙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이쯤 되니 ‘그는 왜 저항과 비판을 담은 작품만을 선보일까?’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뱅크시가 불법을 감수하며 사회 기득권 세력에 저항, 비판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는 작가의 어린 시절과 연관이 있습니다. 11살 때 학교 폭력 사건에 연루되는데 사건에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주동자들이 뱅크시에게 덮어씌운 일이 있었어요. 학교도 가족도 모두 그의 말을 믿지 않았죠.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학교와 집에서 입 다문 채 지내다가 퇴학까지 당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작가는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키워냅니다.

하지만 그는 이를 피해의식으로만 두진 않았습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그림을 적절한 곳에 그리는 등 예술을 활용해 자신만의 저항과 비판 정신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갔어요. 또 무거울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그만의 유머러스한 모티브나 문구를 활용해 대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죠. 도둑 전시, 작품 파괴 등의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우리에게 진정한 예술을 묻기도 하죠. 작가만의 쌈박한 아이디어로 예술을 재정의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라 부르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