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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 예술 근원은 ‘선불교’

존 케이지는 당시 아주 양극적인 예술가였습니다. 선불교의 기법을 차용해 서양 예술에 도전장을 내밀었어요. 일본의 선불교와 주역의 영향을 받아 우연성의 음악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죠. 우연적인 요소에 맡겨 작곡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피아노 줄에 나사못, 고무, 유리, 깃털, 핀 등 온갖 잡동사니를 끼워놓고 희한한 소리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12대의 라디오를 동시에 틀어 여러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 강연, 드라마를 마구 섞이도록 하고, 항아리에 물을 쏟아붓거나 휘파람을 불어 곡을 만드는 등의 행위들이었죠.

백남준 역시 존 케이지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는 동양 종교에서 많은 모티프를 가져왔으나, 그것은 종교인으로서 그 종교의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통한 깨달음을 자신의 예술에 반영하여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기 위해서였어요.🙊 특히 자신의 전통 종교와 테크놀로지의 만남을 통해 소통과 동서 문화교류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죠. 선불교적 가르침을 응용하여 전통 악기 및 공연 방식과 관련한 터부를 깨트리고, 서양의 과학 기술 문명과 동양의 명상 문화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답니다.

 

선종의 핵심 사상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불립문자인데요, 이는 문자를 활용하지 않고 곧바로 앉아서 자성 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선은 문자나 말을 떠나 집착함이 없이 문자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뜻하기도 해요. 이런 특성은 백남준 예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백남준 비디오 예술작품에 내재한 선적· 미학적 요소는 명상을 통한 자아 성찰, 깨달음의 순간, 자연과의 친화, 자아의 초월, 이 네 가지 특징으로 구분하여 정리됩니다. 이러한 선 사상의 영향을 받은 비디오아트는 기존 미학의 한계를 극복하여 새로운 예술의 방향, 인간화된 예술을 제시하기에 이릅니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

다큐의 제목과 동일한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백남준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감독은 다큐의 제목으로 이 작품으로 선정하게 된 이유를 밝힙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바로 ‘제비뽑기’. 조금은 황당하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인터뷰이였던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제안한 방식이라고 합니다. 백남준 작가의 대표작 3개 중 하나를 무작위로 선정했다고 하는데요. 이는 그의 스승이자 영적 아버지인 존 케이지의 작업 방식에 대한 오마주였다고 합니다.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초승달 보름달까지 달의 주기가 12대의 텔레비전으로 형상화한 비디오 아트입니다. 백남준은 진공관 끝에 자석을 고정해 내부 회로의 전자기적 신호를 방해하고 그 신호만으로 텔레비전 화면에 마치 달처럼 보이는 여러 가지 모양이 나타나도록 한 작품이에요. 작품의 제목은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을 바라보며 이미지를 투영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던 모습을 텔레비전 시청에 빗댄 것이라 합니다.

 

이번 주 다큐 영화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정식 개봉은 지난해 12월 6일이었는데요. 아티스트 백남준을 주제로 한 최초의 다큐 영화로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남짓의 러닝타임으로 백남준 작가의 일생 경험과 삶의 태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