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질문'이었다, 경계를 씹어먹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 종교 도대체 뭘까? 도서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 전환적 삶을 위한 질문, 내 삶의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는가?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라는 브랜드를 아시나요? 일본의 예술가 매니지먼트이자 굿즈 상품을 제작하는 회사인데요. 이 회사의 대표적 상품으로는 다채로운 컬러의 웃고 있는 꽃 캐릭터가 있습니다. 국내에는 2009년도에 가수 G-DRAGON이 착용하며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블랙핑크 제니가 가방 키링으로 활용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다시금 사로잡기도 했습니다.

이 꽃 캐릭터는 ‘예술 작품’을 굿즈로 만든 제품입니다. 작가는 ‘무라카미 다카시’. 누군가는 '저게 무슨😮?'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 작품은 굿즈라 하더라도 장식품 정도의 경계에 있으니까요. 게다가 굿즈가 마치 캐릭터 인형과 같아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어요. 무라카미 다카시가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거든요!

질문의 시작, 오타쿠 예술가의 탄생

일본의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는 도교예술대학에서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수재입니다. 전통적인 동양 스타일과 주제를 서양의 형태와 모티브로 결합한 일본화에 관심 있던 그는 일본 전반에 퍼져있는 미국적인 대중문화를 보고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미술에 일본의 색을 입힐 수 있을까🧐?’하는 고민 말이죠.

고민은 그가 박사과정에 있을 때 정점을 찍게 됩니다. 당시 미술시장은 서구 미술에 종속되어 있었기 때문. 다카시는 고민 끝에 ‘오타쿠’ 문화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그가 어렸을 때는 장난감이 대량 생산되고 텔레비전, 대중음악, 만화, 애니매이션 등의 대중문화가 꽃피던 시기입니다. 자연스레 오타쿠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자랐죠. 이는 일본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해답의 실마리를 찾은 그는 오타쿠 문화를 잘 표현하는 ‘피규어’에 주목해요.

다카시는 일본 전반에 만연한 소비문화, 문화의 무분별한 서구화, 일본인의 성적, 정신적 콤플렉스 등에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이 비판은 그의 작품세계에도 반영됩니다. 소비주의와 성적 페티시즘을 탐구하며 피규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작업하기 시작하는데요. 모유로 줄넘기를 하는 미소녀 피규어, 자신의 정액으로 만든 로프를 던지는 모습의 남성 피규어 등 신체 부위를 과장, 왜곡하는 작품을 통해 일본 문화를 비판했습니다.

대중문화, 상업, 예술의 경계는 없다

수퍼플랫은 예술뿐만 아니라 상업과 대중문화 전반에 뻗쳐갑니다.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명품브랜드 루이비통과의 협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무라카미 다카시에게 협업을 제안했고 가방과 지갑, 새로운 루이비통 로고 등 다양한 라인을 출시했어요. 또 루이비통을 홍보할 수 있는 애니매이션 제작에도 참여했죠. 그 결과 무라카미 다카시 라인은 큰 인기를 얻었고, 루이비통은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었어요.

무라카미 다카시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입니다. 누군가는 예술의 영역을 확장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하면 오타쿠 문화와 자본주의 상업문화를 아무 생각없이 수용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타쿠 문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질문'이 있었어요. 일본스러운 미술에 대한 고민은 수퍼플랫이란 미술 사조를 만들었고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건설할 수 있었던 씨앗이 되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질문하며 고착화된 틀을 깨고 있기 때문일까요? 많은 비판에도 무라카미 다카시는 모두 의도된 것이라며 단단하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입니다.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많은 비판이 따르기에 위험하지만, 나에게는 튼튼한 모자가 있으니 괜찮다”며 유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어쩌면 질문은 우리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되어주는지도 모르겠어요. 나아가 더 나은 나로 만들어 줄 수도 있겠네요. 여러분의 삶에는 어떤 질문이 있나요?

📚종교 이후의 종교,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

성해영 지음. 불광출판사

여러분은 ‘종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감정이 떠오르나요? 에디터는 복잡 미묘, 뜨뜻미지근 등 애매한 느낌이 들어요. 누군가에게는 종교가 삶에 큰 힘이 되어주지만, 어딘가에선 종교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지만, 타인과 쉽게 터놓고 얘기하긴 어딘지 모르게 꺼려지기도 하잖아요. 종교의 의미를 고민하다 보면 도대체 ‘종교란 무엇일까?’하는 질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이런 질문에 엑스터시(Ecstasy)라는 개념으로 종교의 의미와 가치를 탐색합니다. 황홀경이란 뜻의 엑스터시는 내 밖에(eks) 선다(stasi)는 의미에요. 주로 무속에서 사용하는 용어지만, 사실은 종교계 전반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아리송하죠? 성해영 교수는 종교계 ‘내 밖에(eks) 서는(stasi)’ 경험이 실제로 가능한지, 내 밖에 서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만약 내가 나를 벗어났을 때도 ‘나’라고 불릴 수 있을지 등등 여러 질문에 관한 해답을 찾아갑니다. 기도, 믿음, 헌금, 보시 등 종교를 떠올리는 개념 없이 말이죠.

👉도서 『내 안의 엑스터시를 찾아서』는 우리가 이제까지 어렴풋이 알았던 종교를 색다르게 바라보는 안목을 열어줍니다.

📝내 삶의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