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대로 DM으로 메뉴를 주문하니 신청곡은 유튜브 링크를 찾아서 보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음악을 듣나 궁금해서 신청곡 없이 그냥 듣겠다고 했습니다. 주문한 음료가 나올 때까지 음악이나 듣지 했는데, 웬걸? 책도 끄적끄적, 앞에 수첩도 만지작 만지작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책 좀 읽었냐고요? 아니요. 그냥 스르륵 넘기고 내려놓고를 반복했습니다😅

✏️말없이 알 수 있는 타인의 취향

주문한 음료가 나오고 이번에는 음료와 음악만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화면을 보며 음악을 들었어요. 한참 동안 듣고 있으니 몇 가지 장르의 곡🎶들로 나눠집니다. 잔잔하면서도 밝은 분위기의 팝, 강렬한 록 스피릿, 감성 그 자체인 7080 노래 등으로 말이에요. 골방에는 저를 포함해 총 4명이 있었습니다. 이들 중 누군가가 신청한 곡들이겠죠? 누구의 취향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덕분에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아무 말 없이 선곡도 모르는 채 다음 곡을 기다리는 일은 나름 신선한 재미를 주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남들과 대화도 없이 추천곡을 듣고 나누는 과정은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었습니다. 좋았던 것은 원래는 듣지 않았을, 선호하지 않는 음악에도 마음을 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만 반복해서 듣던 제가 아무런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받아들여 듣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답니다. 음악을 매개로 별도의 추천이나 강요가 없이도 교감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른함에서 오는 마음의 여유

사실 에디터는 IPKU 편집장과 함께 인현 골방을 방문했어요. 다시 말해 상사와 함께 방문한 셈. (퇴근했는데도...) 게다가 방문 전 사무실에서 의견 차이로 언성을 높이며 서로 얼굴을 붉혔던 상태😡였습니다. 매우 불편한 상황이었죠. 화도 많이 났었고요. 평소 같으면 얼른 집으로 갔을 테지만 체험기를 해보자고 계획까지 다 해놓았기에 저는 도망칠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대화를 금지하는 공간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었어요. 또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 불편함은 금방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가량 음악을 듣고 음료를 마시니 약간은 나른해지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약했던 시간이 지나고 가게를 나왔을 때 편집장 역시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다시 차분히 상황을 정리하고 이견을 조율할 수 있었답니다.

✏️‘말’만이 소통의 수단일까?

문득 ‘대화 금지 가게가 아닌 일반 가게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그랬다면 이런저런 말을 했겠죠. 감정이 올라오고 억누르기를 반복하며 의견 차이를 좁혀가지 않았을까요? 물론 언성을 높이며 말했던 상황보다는 좀 더 차분하게 얘기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겠지만, 그 과정에는 나름의 스트레스도 존재했을 거예요.